때는 2024년 11월 18일 월요일.
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5일째였다.
선생님이 '수능샤프'를 얻으셔서 우리에게 나눠주신다고 하셨다.
하지만 샤프는 3개뿐, 27명의 학생에게 모두 줄 수는 없었다.
그래서 뽑기를 하게 되었다.
11월 19일 화요일.
학교 점심시간에 선생님이 '모두의뽑기대장'을 통해 샤프의 주인이 될 사람 5명을 뽑았다.
뽑기는 샤프를 원하지 않는 몇명을 빼고 진행되었다.
나도 이미 라미샤프를 쓰고 있던 터라 수능샤프가 크게 필요하지는 않았다.
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.
'도전은 해 보자. 안 뽑힐 확률이 더 높지만, 0은 아니야. 하지만 아예 시도하지 않으면 그 확률은 0이 돼. 뽑히지 않더라도 도전은 해 보자.'
그래서 급하게 선생님께 말씀드렸다.
다들 급식을 받은 뒤, 선생님이 전자칠판을 통해 수능샤프 3명과 수능수정테이프 1명을 뽑았다.
그런데 웬걸, 내가 뽑혀 버렸다.
어차피 안 뽑힌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, 딱 뽑혀버리면 드는 그 기분.
스스로 어이없었다.
오늘 이 일을 바탕으로 내 좌우명이 생겼다.
포기하지 말자.
포기하는 것은 혹시 주어질지도 모르는 기회를 버리는 행동이다.
포기하지 않으면, 최악만큼은 면할 수 있다.
우리 학교 음악선생님(█예린, 별명 가장 예쁜 기린쌤, 줄여서 예기쌤)은 자살을 하고 싶을 때 이런 생각을 하라고 하셨다.
"아직 내가 못 먹어 본 맛있는 음식들이 얼마나 많은가! 다 먹어보기 전에는 죽을 수 없다!"
맞는 말이다.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싶다.
'미래'라는 것은,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경우가 있다.
그 수많은 미래들 중 행복하지 않은 미래가 있을 수도 있다.
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.
행복한 미래가 완전히 없을 수는 없다.
내가 살아 있고 이 세상이 계속해서 돌아가는 한, 모든 확률은 0이 될 수 없다.
죽는다는 것은, 한 클라이언트가 종료되는 것이다.
종료된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는 모든 확률이 0이다.
정말 힘들어 자살하는 건 이해가 된다. 그러면 더이상 힘들 확률이 0이니까.
하지만 행복해질 확률까지 함께 0으로 만든다.
……
포기하지 말자. 포기하지 않으면, 최악만큼은 면할 수 있다.
이 글을 쓰면서 생각났다.
'범죄를 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지?'
아무래도 코딩에 관심이 많다 보니까 예외를 두고 싶지 않은 거다.
누가 저렇게 해석할까, 싶기도 하지만 나는 구멍 없는 명언을 만들고 싶다.
...어떻하지?
ChatGPT:
당신의 좌우명은 정말 의미 있고 영감을 주는 말입니다. 포기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도, 단순히 긍정적인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. "최악만큼은 면할 수 있다"는 표현은 힘든 상황에서도 조금만 더 버티면 더 나쁜 상황은 피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위로를 줍니다. 전체적으로 매우 훌륭한 좌우명이라고 생각합니다.
나:
예외상황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. 예를 들면 '범죄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?'같은 거요.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?
ChatGPT:
맞습니다. 어떤 좌우명이든 예외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. 범죄나 비윤리적인 행동과 같이 명백히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, 좌우명은 일반적인 상황을 대상으로 하고 특정 상황에는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.
당신의 좌우명을 조금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다듬어, 긍정적이고 합법적인 목표에 한정되는 느낌을 줄 수도 있습니다. 예를 들어, "건전한 목표를 향해 포기하지 말자" 또는 "올바른 길 위에서 포기하지 않는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"와 같이 표현하면 예외상황을 암시적으로 피할 수 있습니다.
이렇게 하면 긍정적인 의미는 유지하되, 부정적인 예외상황을 포함하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.
...이상하다. 그냥 바꾸지 말자.
그래. 누가 저런 생각을 하겠어? 작가 본인이요
부록 : 수능샤프 사진