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거사는 문화 작품 소재로 참 잘 쓰이는 것 같다. 오래된 (그리고 나도 본 적 없는) 영화 <의사 안중근(2948)>부터 소설 <하얼빈(2009)>, 뮤지컬과 영화 <영웅(2009, 2022)>, 그리고 내가 오늘 본 <하얼빈(2024)>까지. 그러고 보니 제목이 하얼빈 아니면 안중근 아니면 영웅 다 이러네
<하얼빈>과 <영웅>은 모두 안중근 의사와 그의 동료들,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다루고 있다. 하지만 둘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. <영웅>은 뭔가 웃기는 요소가 있지만, <하얼빈>은 영화적 재미 대신 현실 기반에 집중한 느낌이다. <영웅>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하호호하는 분위기(?)가 있지만, <하얼빈>은 거의 모든 장면이 흰색 아니면 검은색 아니면 핏빛 붉은색으로 표현될 정도로 어둡고 음산하다. 또, <하얼빈>은 <영웅>에는 없는 안중근의 의병 활동도 화면에 담아 내용이 전체적으로 끔찍하게 흐른다. 둘 다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, <영웅>이 이 스토리를 재미있게 풀어 나갔다면, <하얼빈>은 현실 고증에 집중한 것 같다.
개인적으로는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 저격에 대한 내용을 현실적으로 끔찍한 그대로 느끼고 싶다면 <하얼빈>을, 현실 바탕도 좋지만 재미를 중시한다면 <영웅>을 추천한다. 아무래도 <하얼빈>은 좀 끔찍한 장면이 많다. (이 말은 끔찍한 장면이 많다는 걸까요, 적다는 걸까요?)